Chapter 1
나는 만들 줄 모른다
나는 만들 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만들 줄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코드를 읽을 수는 있다. 뭐가 뭔지 대충 감은 잡힌다. if가 조건문이라는 것도 알고, for가 반복문이라는 것도 안다. 함수가 뭔지, 변수가 뭔지, 대충은 안다.
하지만 직접 짜라고 하면 손이 멈춘다.
머릿속에는 그림이 있다.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이런 일이 일어나고, 데이터가 이렇게 흐르고, 화면이 저렇게 바뀌는. 선명하게 보인다. 문제는 그 그림을 코드로 옮기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세미콜론 하나가 빠졌다. 괄호가 안 닫혔다. 변수 이름을 잘못 썼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화면에는 빨간 글씨만 가득하다. 에러. 에러. 에러.
구글에 에러 메시지를 검색한다. 비슷한 질문을 찾는다. 답변을 복사해서 붙여넣는다. 다른 에러가 난다. 또 검색한다. 복사한다. 붙여넣는다. 새로운 에러.
어느 순간, 처음 문제가 뭐였는지조차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늘 기획만 했다. 아이디어는 넘쳤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보였다. 시장의 빈틈이 보였다. 이 문제를 이렇게 풀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문제는 ‘만드는 것’ 그 자체였다.
개발자를 고용하면 됐다. 외주를 맡기면 됐다. 그게 정답인 거 알았다. 하지만 그건 돈이 들었고, 돈은 늘 부족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었다. 본업이 있었고, 월급은 생활비로 거의 다 나갔다.
그리고 솔직히,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내 머릿속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이 지쳤다.
“버튼을 누르면 결과가 나와야 해요.” “어떤 결과요?” “계산 결과요.” “어떤 계산이요?” “그러니까… 사용자가 입력한 값으로…”
설명할수록 그림이 흐려졌다. 내 머릿속에서는 완벽하게 돌아가는 서비스가, 말로 꺼내는 순간 조각조각 흩어졌다. 그리고 설명을 다 해도, 돌아온 결과물은 달랐다. 내가 상상한 것과 미묘하게, 때로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아, 이게 아니라…” “그럼 어떻게요?” “음… 버튼 위치가 좀…” “수정하려면 추가 비용이…”
결국 타협했다.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원래 그림의 70퍼센트, 아니 50퍼센트. 때로는 30퍼센트.
타협한 결과물은 늘 어딘가 아쉬웠다. 이건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데. 이건 내가 본 그림이 아닌데.
그러다 포기하게 된다.
에너지가 바닥난다. 돈도 바닥난다. 열정도 바닥난다. ‘다음에 더 잘 준비해서’라는 변명과 함께, 프로젝트는 폴더 깊숙이 묻힌다.
이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아이디어 → 기획 → 개발자 찾기 → 소통 지옥 → 타협 → 실망 → 포기.
또는 더 짧게.
아이디어 → 직접 해볼까 → 에러 지옥 → 포기.
무한 루프.
나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었다. 방향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없었다. 설계자는 창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림만 그릴 줄 알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