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텅 빈 거리와 첫 주민
완벽한 제품이 있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계산기는 완성됐다. 정확하게 동작했다. 네이버 계산기와 1만 원도 차이 안 났다. 디자인도 깔끔했다. 파란 버튼, 흰 배경, 큰 숫자.
그런데 아무도 안 썼다.
건물은 있는데 주민이 없는 세계. 황무지에 서 있는 예쁜 가게. 문은 열려 있지만 손님은 없다.
“용사야, 사람들이 왜 안 올까?”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아요!”
맞다.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올 줄 알았다. 그게 착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도, 아무도 모르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SNS에 글을 올렸다.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 만들어봤습니다. 연봉 넣으면 4대 보험, 소득세 다 계산해서 월급 알려줘요.”
링크를 걸었다. 스크린샷도 첨부했다. 파란 버튼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좋아요 3개.
댓글 1개: “오 괜찮네요”
그게 다였다.
실망했다. 하지만 누군가 봤다. 누군가 클릭했다. 그게 시작이다.
다음 날, 다시 올렸다. 이번엔 결과 화면을 보여줬다.
“연봉 5천만 원이면 월 실수령 약 365만 원. 생각보다 적죠?”
좋아요 7개. 댓글 3개.
“이거 정확해요?” “부양가족 공제도 되나요?” “대출 계산기도 있으면 좋겠어요”
질문이 생겼다. 질문은 관심의 증거다.
그날 밤, 방문자가 24명이었다.
24명. 작은 숫자다. 하지만 어제는 0이었다. 새로고침만 하던 화면에, 숫자가 생겼다.
첫 번째 주민이 도착한 거다.
주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부양가족 공제 넣어주세요.” “비과세 식대 반영 안 되나요?” “다크 모드 지원해주세요.” “결과를 이미지로 저장하고 싶어요.”
처음엔 기뻤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런데 일주일 지나자—퇴직연금, 청년 감면, 중소기업 감면, UI 개선, 월급 입력… 요청이 20개가 넘었다.
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다 합리적인 요청이었다.
하지만 다 하면?
“용사야, 부양가족 공제 추가하자.”
“좋아요! 그럼 부양가족 수를 입력받아야 하고, 기본공제 계산 로직 넣고, 인적공제도 반영하고, 아 그리고 자녀세액공제도 있어요, 경로우대도…”
잠깐.
간단한 계산기가 세금 신고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었다.